막다른 업힐 끝에 잡히는 것...묘하다.
봄날, 사랑의 기도/ 안도현
(전 략)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 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도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도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도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도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후 략)
오늘 새라를 떠났다.
동천리를 지나 절을 지나 차단기를 지나서
조금 업힐 하다가 보면 오른쪽으로 임도가 하나 있다
언젠가 짚차가 그길로 올라 가기에
오늘 한번 올라가 보았다.
업힐이 너무 빡세어서 끌고 끌고....
막다른 길에 다달아서 보니 묘지 공사 중...ㅠㅠㅠ.
보통 개척길 끌바의 귀결은 묘지로 끝나던데
오늘 새라 역시 묘지에서 끝나고 말았다.
세상사 막다른 골목이 묘지가 아니던가
모두 그렇게 살다가 묘지에서 마침표를 찍지 않는가.
돌아오는 길
지난 번 수국이 핀 자리 옆에 장미 한그루.
찍다보니 다른 꽃송이 하나.
안도현의 시 하나 짜집기하여 올립니다.
시가 좀 무겁습니다.
화사한 오월을 잘 마무리하는 한 주간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