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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즐거움

아니마토토 2009. 4. 11. 11:56

월요일..

연주하기 전날이라 엄청 떨린데 할 일이 없어서 할 일을 만들었다.

한인타운까지 걸어내려가서 내 모국어를 읽어야지..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서 50가 정도만 걸을 생각이었는데

걷다 보니 걸을만하여 정말로 걸어갔다.

 

그리고 고려서적에 들어가 책을 네 권 샀다.

생각 같아서는 열 권 쯤 사고 싶었다. 어쩌면 열다섯 권..

그러나 다시 돌아올 생각을 해서 인간다운 자제를 했다.

근데 막상 집에 오니 다시 연주 때문에 떨려서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꼬박 일주일 묵은 책들 중 두 권을

오늘에야 집에 돌아와 내리 읽었다.

한 권을 다 읽었을 때 훌쩍 거리며 엄마에게 전화해서 대뜸

"엄마,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해." 했더니,

엄마는 "너 또 뭐 봤구나?" 했다.

그렇게 나를 꿰뚫어보지 좀 마소, 어무이..

두 권 째를 시작하기 전에 아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시콜콜한 잡담과 사는 이야기를 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 다시 책을 한 권 읽고 지금.

 

영화도, 드라마도, 스포츠도, 쇼프로도 다 좋아한다.

그리고 책도 좋아한다.

내가 책 읽는 걸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렇게나 싱그러운 책 읽는 즐거움을 모르고 살았다면

꽤나 손해보는 기분이었을 거다.

굴이나 회를 안 먹던 내가 지금은

그 맛있는 걸 여태 왜 안 먹고 살았을까,

부산 살았을 때 좋아했으면 좋으련만.. 과 같은

시덥쟎은 후회를 하는 것처럼. 어쩌면 이보다 많이.

 

대학동창 중 하나가 나한테 무척이나 솔직한 질문을 했다.

"책 읽는 게 좋아?"

무슨 질문인가 싶었지만, "응, 좋아." 그랬다. 그랬더니,

"그래? 난 싫은데. 재미 없잖아."

 

그게 벌써 7,8년 전 이야기다.

시간이 많이 흘러 우리 모두 고리타분한 어른이 되었으니

그 아이도 책 읽는 일이 많아졌을지 모를 일이다.

만약 책 읽는 즐거움을 그 사이 알았다면 좋으련만..

그랬다면 반드시 손해봤다는 생각할 거다. 그 간의 세월 동안..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시 타지의 외국인으로서 모국어가 아닌 말의 홍수 속에

이도 저도 아닌 열심을 불태워야 하는 그녀에게,

아직 모국어로 된 두 권이 더 있음이 그나마의 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