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라
지난 11월에는
아니마토토
2010. 9. 10. 17:29
11월의 억새밭을 자전거로 달릴 때
몸은 하찮은 몸이다
몸은 가루처럼 바람에 날린다
내 백골이 자전거를 저어간다
생명은 스스로의 결핍 앞에 가지런하다.
11월의 추위는 살 속으로 스민다
11월의 추위는 기어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와 살과 친화를 이룬다
그래서 11월의 추위에는 저항할 수가 없다
내 몸은 바람속에서 풍화된다
살점들이 바람에 뜯겨 나가서 가루가 되어 산화한다
내 백골이 자전거를 저어간다.
11월에 연애를 하고 있는 내 친구는 말했다
"11월에 사랑하는 사람들아, 길에서 떨지 말고 골방으로 들어가서 살을 부벼라"라고
나는 그 친구에게 대답해 주었다
"내가 졌다"라고....
ㅡ김훈 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에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