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첫주는 평택에서 모임이 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점심먹고 가라는 것을 꽁지가 빠지게 도망나와
서운산으로 차를 몰아 청룡저수지에 도착하니 12시 15분.
홀로 잔차길을 나서면 서두를 필요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사방사방 두리번 두리번... 오가는 등산객들과 눈도 맞추고
만나는 아이들과 가벼운 인사도 나누고
따라갈 선두도 없고 밀고 들어오는 후미도 없고
대신 웃고 떠들만한 일도 동료도 없기에
그리 흥이 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흥분한듯 떼거지로 달리지 않기에 거친호흡도 없이
그저 산이 조용하기에 홀로하는 잔차질은 조용하다.
떼거지로 이루어지는 잔차질은 외면적으로 폭발적인데
홀로 하는 잔자질은 내면으로 그 무엇이 파고 든다.
좌상사까지 가볍게 올라 애마가 쉬는사이
숨도 고루고 물도 마시고 사과도 한입 베어 물고
겹양말 사이에 든 비닐을 빼어내고 이제 힘든 업힐을 준비한다.
한번 헬기장까지 올랐던 기억으로 그리 낯서른 잔차질이 아니다.
홀로 잔차로 헬기장에 도착하니
옹기 종기 모여서 점심을 먹던 등산객들의 시선이 나에게 꼬친다.
이제부터 못 가본 곳들을 뒤져볼 참이다.
정상부터 정복하자 하고 디리미니 정상이 바로 그곳이네.
막걸리 장수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두어바퀴 잔차가 굴러가니 정상...
등산객에게 증명사진 하나 부탁하고 내려서니
헬기장에 떼거지 잔차맨들이 득실거린다....안성인가 어딘가 위쪽에서 왔더군
온아맨이라고 하니 아~~떠꼬...
그리고 나는 베티고개길로 접어들다.
그길을 타면서 내내
아니 이런 길을 나에게 맛도 안보이고 그냥 지나가다니...
갈림길도 없이 죽 낙엽이 쌓인 싱글길로 진행이 된다.
서운산에서 이 길을 타지 못했다면 정말 서운한 심정이 될것이다.
그 서운한 심정이 막판에 도달하여 심란한 마음으로 바뀌었다.
무명순교자의 묘 6기...
아기같은 봉분여섯개가 쪼르르..
낙엽이 덮여있고 말라가는 장미 한송이가 묘를 지킨다.
잔차질을 하면서 수많은 묘를 만난다.
엄청난 묘비에 상석에 봉분도 크고 호화찬란한 묘들.
그 묘들을 우리는 아무 감정없이 잔차로 휘돌고
가끔은 그 좋은 잔디에 앉아 먹거리를 풀고 마구 떠들어 댄다.
어제 무명순교자의 묘 앞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등산객도 없고 마음은 적적하게 뒤돌아 나오는 길.
어째 사과 먹는 폼이 쓴맛으로 먹는것 같다. ㅋㅋㅋㅋ.
이구 무슨 재미로 혼자 처량하게 잔차를 타냐...누군가 묻는것 같다.
어차피 홀로가 아니더냐 그리고 누구는 이름도 없이 무명으로 살다가는데...
나에게는 이제 신나게 내려갈 그 좋은 싱글길이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환상의 싱글길로 접어들어 달리다 보니
어느 누가 지나 갔는지 한줄의 잔차바퀴 자국이 나있다.
또 어디 나같은 싱글맨이 또 있는가 보구나.
두운이가 엎퍼져 버린 두번째 심한 업힐을 힘들게 올라서니
세 쌍의 부부 등산객이 깔깔 거린다.
이제 어느쪽으로 가야하나 망설이다 보니
어느 부인이 휴지를 들고 왼쪽길로 들어선다.
저길인것 같은데 물을 마시고 쵸코바 먹고 기달려도 안 내려온다.
애구 그냥 오른 길로 가보자
내려오다보니 이런 길이 나오고 기억이 가물 가물...
더 내려오니 아니 민가가 보인다.
아니 그 여편네 때문에 속았다...그 여자를 �아 그 쪽으로 가야는데.
이를 어쩐다 다시 올라갈 힘은 없고
또 한번 서운한 감정이 저 밑에서부터 올라온다.
왜 이리 서운산에 오면 꼭 서운한 마음을 싸가지고 가야는가.
시계가 오후4시를 가르켜오고 더 이상 라이딩할 힘은 없고
그래도 서운하여 조금 오르락 내리락하다가 내려서니 아니 주차장아닌가.
그래 애야 다음달 첫주에 다시 한번 서운함을 달래 줄것이니 참아라...ㅠㅠㅠㅠ.
그리고 개울물에 애마를 대충 닦아주고 홀로 라이딩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