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시 정각 천안 북일고에서 단대 뒷산을 홀로 라이딩했습니다.
몇번째인지는 모르지만 차분하게 가 보지 못한 길이
어디메인고 더듬으면서 아무도 없는 능선을 따라 갑니다.
능선을 따라 쭉쭉 진행하다가 철조망을 끝까지 따라 가보자고
낙엽이 듬북 쌓이고 발걸음 조차 보이지 않는 길로 들어섰습니다.
시멘트 기둥과 녹슨 철조망으로 구분된 그 영역을 한없이 끼고 돌았습니다.
한쪽으로 쏠리면 잔인한 철조망에 여지없이 당할 것같아
유난히 조심 조심 라이딩을 하게 되더군요.
눈이 내릴것 같은 흐린 회색의 하늘을 머리에 이고
가끔 나타나는 경고문을 읽으면서 어두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철조망은 소년교도소 담장입니다.
잠시 잘 못 길을 들어선 청소년들을 격리하는 곳.
그들 하나 하나의 깊고 슬픈 사연들을 알 수는 없지만
춥고 읍습한 겨울 날씨 만큼 그들의 모습이 암울할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격리된 그들의 잘못도 있겠지만
정말 어디서 어떻게 된 잘못이기에 격리를 당하는 것인가.
더 큰 잘못을 밖에 있는 우리들이 저지르지는 않했는가
철조망을 돌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단상들이었습니다.
철조망 따라 한바퀴를 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제길을 갑니다.
철조망이 눈에서 사라지고 오르고 내리고 다시 잔차질에 빠집니다.
단대 뒤산능선이 끝나는 밤나무가 많은 곳.
1시 20분을 가르키기에 잔차질을 멈추고 배낭을 끌러 배을 채울려고 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먹거리들를 꺼내놓아습니다
라이딩 전에 준비한 약밥과 찹쌀떡.
그리고 늘 배낭에 준비된 사과 하나와 쵸코바 몇개 그리고 물통 하나.
유난이 자유시간이란 쵸코바가 눈에 띠는 군요.
철조망 너머에 잠시 자유를 보류하고 격리된 그 청소년들...
내가 이 문을 나가 자유를 얻으면 무엇을 할것이란 기대를 안고 살까요.
지금 우리는 한없는 자유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니 자유시간을 누리고 살아야하는데
어떠 어떠한 제약을 받으면서 억압당하고 산다는 느낌은 없습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철조망에 둘러 싸여
오늘도 감옥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한번 이 단대뒷산 능선위 격리된 철조망을 따라가보세요.
그리고 나의 철조망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스스로 만든 보이지 않는 철조망은 누가 없애줄까요...
자유스럽게 삽시다.
그 자유가 무언지는 나도 잘모르지만
그냥 잔차 하나에 산을 찾는 내가 자유스럽다란 느낌이 듭니다.
홀로 낙엽 쌓인 능선을 따라 굴러 가는 바퀴에
내가 얹어 있는 그 시간만큼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날 제어하지 못하기에
자유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가봅니다
돌아 나오는 길에 싸리눈을 만났습니다.
하늘을 보니 뿌연 겨울 하늘이 해를 가리고 앙상한 겨울 나무만 삐쭉입니다.
날씨도 그렇고 철조망도 그렇고 자유시간이란 쵸코바도 그렇고
무언가 말을 하는 것같은데 .....
단대 뒷산 많이 정복했습니다.
처음 수없이 내리고 타던 그 골망이와 언덕.
한 서너번 내리면 갔다 올 수 있습니다.
철조망은 저리가고 정복되어져 가는
단대 뒤산이 한없이 사랑스럽다는 표정입니다...ㅋㅋㅋ.
어제 쿨과 초이의 성대한 집들이 잔치에 감사하고
오늘 큰짐을 진 뚱이와 임원진들에게 큰박수로 기대를 겁니다.
헌데 그놈의 술은 줄일수가 없는지요...ㅋㅋㅋㅋ.
2차를 사라는 고사모와
내일은 읍따란 독거노인의 손에서 빠져나와 이글을 씁니다.
그냥 2차는 이글로 때우겠습니다.ㅋㅋㅋ.
정 뭐하시면 언제 저녁이나 한번 합시다.
워낙 술과 가무에 무지한 아니마토이기에 넓은 이해를 바랍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