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모처럼 이 대학 동문 몇이 모여 저녁 한 때를 보냈다.
단촐하게 저녁을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술이 한순배 돌아가면서 이야기 거리가 뒷걸음 친다.
대학 다녔을 때의 이야기, 수련의 시절의 이야기,병원 이야기,
어느 교수가 어떻고 어느 동창이 어떻고 ...
술이 몇순배 돌아가면 목소리도 커지고 웃음소리도 커지고...
그런데 그런 내용들이 레코드 틀어 놓듯이 매번 재탕 삼탕 이어지는데
사이다로 장단을 맞추어 정신 말똥한 나에게는 곤욕의 시간으로 닥아온다.
나이를 먹어 이젠 과거 밖에 없는지
그저 옛날 옛날에 하면서 늘어 놓는 그 이야기들 속에 허전함만 싸여간다.
술잔이 돌고돌고 담배 연기 자욱해지고 시끌 시끌....
먹을 것도 다 먹었것다.
그냥 네~~네. 응 ~~응 말 댓구하면서 머리속엔 잔차가 달린다.
그리고 다짐을 한다.
어느 모임에 가서든지 과거를 논하지 말자
남자들의 술자리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메뉴와 같은 이야기거리들
늘 재탕 삼탕 지겹게 틀고 틀어도 또 다시 상영되는 그 레파토리들.
과거에 빠져버린 이야기만 남고
지금의 이야기는 텅 비워 버리고 있다 할지라도 머리만 아프기에
빗겨가는 심정일지 모르겠다.
아마 술이라는 것이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마약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