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 가지고 있는 농토란
이 윗밭 1400평과 숭성골의 천수답 몇마지기이었다.
이 윗밭은 우리의 모든 추억과 어려움이 담겨져있다.
콩 고구마 감자 팥 동부 녹두 수수 보리 밀 목화 무우 ....
온갖 작물을 심어 목돈도 마련하고 겨우내 먹거리로 작만되고.
여기엔 두 어르신의 땀과 노고가 배어 있는 땅이다.
그리고 어린 고사리같은 우리의 손길도 이곳에 있었다.
밭매고 작물을 따고 모으고 그런 일들이 매년 되풀이 된다.
요즘은 겨울 작물로 보리나 밀을 심지 않지만
그 옛날 겨울엔 밭에 보리나 밀을 심는 이부작을 했다.
겨울이 되면 밭의 땅이 얼어 보리싹이 올라오기에
학교 갔다와서 보리발기를 해주던 기억이 있고
부지런한 어르신은 학교의 화장실에서 인분을 퍼다가 뿌려주곤했다.
한여름 그 땡볕에서 두 어르신이 밭을 매느냐고
밭고랑을 타고 있으면 나머지 일들은 아이들의 차지였다.
아이들의 간식이 턱없이 부족하던 그 시절
밭 가장자리로 심었던 사탕수수와 옥수수가 주전부리의 전부고
콩 밭사이로 삐죽이 올라왔던 수수갱이가 가마솥에 쪄먹는 간식이었다
운이 좋은 여름해엔
콩밭 사이엔 난 똥참외가 별미이었다.
가을이 접어들면 아직 밑둥도 들지 않은 고구마를 캐먹던 그일들....
이런 저런 애환이 깃들어 있던 그 밭이
어르신이 밭밑으로 수로가 지나면서 논으로 개조되었다.
엎드려서 밭매는 일이나 수고가 많이 가는 밭일들을 할 수없기에...
그리고 올해 이밭논이 학교 운동장으로 팔려가게 되었다.
밭이 변하여 논이 되고 논이 변하여 학교 운동장으로 바뀐다.
어르신들이 땀을 흘려 농작물을 만들어 내던 그 땅이
이제 아이들이 땀을 흘려 몸을 튼튼히 만드는 운동장으로 변하다.
어디 보자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