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손에 잡은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하루키가 마라톤을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의 작품보다 그의 성상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책을 읽다가 갈등에 빠졌습니다.
이걸 다 읽어 말어..읽자니 새라를 또 쉴 것만 같고
그냥 책을 덮고 새라하기 위하여 잠자리로 들어 갔습니다.
마패는 잔차 수리중이라 새라 쉬고
눈발 날리는 남산 새벽길을 홀로 롸딩을 나섰습니다.
지난번 읽었던 지구의 끝으로 가라는 책에서
저자가 남극의 푸르디 푸른 빙벽을 손으로 직접 만지고 싶어
방한복,마스크,장갑,아이젠으로 중무장하고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신비한 장면을 연상하면서
나도 바라크라바에 겹장갑에 방한슈즈커버에...
중무장하고 남산의 새벽을 더듬기위해 잔차를 타고 나섰습니다.
눈이 덮힌 길은 하얗고 겨울나무사이로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눈이 내리는 모습이 새라를 하는 내내 추위도 모르고 즐거움으로 싸였습니다.
그리고 하루키를 생각했습니다.
책 제목 처럼 달리기를 말할 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얼까.
도대체 몇십키로를 달리면서 작가는 무엇을 생각할까.
풍경,날씨,소설의 아이디어...등등 생각할 수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그의 책..36쪽)
그게 정답입니다.
흔이 나보고 질문을 던집니다.
홀로 라이딩이 재미있냐고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쭈빗 쭈빗 생각을 더듬습니다.
하루키가 정답을 알려줍니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나도 그렀습니다.
숲속을 달리면서 나무사이로 빠져나가 오솔길을 따라 달리고
오르고 내리면서 구름도 보고 하늘도 보고 꽃도 보고
이런 저런 내음을 맡으면서....머리와 마음을 비우면서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닌가요.
하루키를 빌어 산속을 달리는 잔차 예찬에 빠져 봅니다.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