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의 이야기이다.
시골 경작지 소유 변경에 따른 서식을 하나 작성해 달라고 문자가 왔다.
염치 어느 구석에 있는 영농 어쩌구 저쩌구하는 곳을 찾아 갔다.
서류 양식을 몇장 주는데 여기 저기 주소 쓰고 경작지 지번 쓰고....
근데 모처럼 볼펜 잡고 글씨를 쓰는데
내가 봐도 이건 초등이 글씨인지 무식쟁이 글씨인지 개발 새발...
예전부터 글씨체가 그 사람의 인격과 성격을 나타낸다고 하던데
그만 담당하는 젊은 여직원 앞에서 내 민망한 실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볼펜 잡고 진득하게
글을 만들어 써본지가 얼마만인가.
요즘은 누구나 멋진 글씨체를 골라
컴 자판 두드리면서 자기 취향대로 써대거나
현란한 엄지족의 손놀림으로 악필도 없어졌으니 좋은 세상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볼펜을 잡고 글씨 연습에 들어간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습관중에 성경읽기가 있다.
주로 그 날짜에 맞추어 잠언을 읽는다.
(잠언은 31장으로 되어있어 그 날짜에 맞추어 읽게 되었다)
읽는 것에서 벗어나 볼펜을 들고 글을 써본다.
눈으로 들어 오던 성경귀절이 손을 통하여 마음으로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우리같은 직업군들이 악필이 많다.
예전에 차트 기록이나 처방전을 바쁘다는 핑게로 글씨를 흩날려 버릴때
무슨 글자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하였다.
누군가 감탄할 달필은 아니지만 알아 먹겠금 글씨를 써야하지 않겠는가.
그 옛날
개원 초년병시절
아침 출근하여 바둑무늬 은장 파커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고
청진기를 알콜 솜으로 정성드레이 닦고 환자를 기다리던 시절이 그립다.
그러고 보니
지난 생일날 선물 받은 몽블랑이
내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잠을 자고 있구나.
그를 깨워 같이 놀아야겠다.
아~~이 또한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