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스산하게 내리던 지난 토요일 오후.
진료를 하다가 쉬는 사이 언뜻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막 피어 오르는 목련의 꽃봉오리가 그 비를 맞고 있더라고요.
반쯤 열린 꽃잎에 빗방울이 맺히는데
꼭 소복 입은 여인네의 눈망울에 맺치는 눈물인양
안스럼움이 묻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푸른 잎사귀 한장 보호함 없이
무턱대고 내미른 하얀 꽃잎에 싸한 느낌이...
목련을 생각하면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릅니다.
학교 정문부터 쭉 늘어선 목련.
시골에서 상경하여 어색한 서울생활에
목련이 피어 오르는 것을 보고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춘삼월 쌉쌀한 날씨에
겨울 나무에서 하얀 목련꽃이 피어 오르는 것이
막 시작한 낯설은 내 서울생활의 어색함과 측은함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습다.
언뜻 지금 생각나는 것 하나. 바로 그 시절 교내 백일장의 제목도 "목련"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 비오는 진료실 창문밖으로 막 피어 오르는 목련을 보고
그 애처로움에 그 옛날 고등학교 시절이 문득 활동사진 처럼 흘러 가는 이유는 무언가요.
어째튼 백목련을 볼 때마다 측은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그것도 스산한 바람과 함께 내리는 봄비를 맞으면서 흔들리는 목련 꽃잎.
가슴 한켠에 싸한 빈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 저런 백목련의 이야기를 마눌에게 해주었더니
아니 그 나이에 웬 센티~~~
조만간 강한 봄바람에 백목련 꽃잎은 떨어지겠지요.
즐비한 꽃잎의 시체들이 뒹구면서 푸른 잎사귀가 올라 올 것입니다.
화사함 다음에 오는 풍성함이랄까..
그렇게 그렇게 봄은 탈바꿈할 것입니다.
사진이 바로 진료실 밖에서 떨고 있던 목련 꽃의 모습입니다.....